압둘라, 어렸을 때 여동생이 있었던 거 기억나요?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아버지가 울기 시작했다. 파리는 그의 머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초등학생 때 읽었던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 "연을 쫓는 아이"는 정말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이후 도서관에서 저자의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 "그리고 산이 울렸다" 중에 뭘 읽을까 고민하다 첫 번째 책을 '역시 할레드 호세이니는 실망을 시키지 않는구나.' 생각하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그리고 산이 울렸다" 이 책도 당연히 재미있을 거라 생각을 하고 구매해서 읽게 되었네요. 깊은 울림을 주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에 대한 줄거리와 감상평을 남겨보겠습니다. : )
583페이지짜리 책으로 장편 소설이지만, 저자의 작품이 항상 그랬듯이 이 책도 재미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재미로 따지면 출간 순서대로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을 쫓는 아이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그리고 산이 울렸다 아무래도 같은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해서 신선함이 덜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ㅎㅎ 이 책은 총 9 챕터로 구성되어있는데 각 챕터마다 주인공이 달라 머릿속에서 챕터끼리의 내용을 조합하는 과정이 재미있는 책이라고 소개드릴 수 있습니다.
줄거리
1장(1952년 가을) 에서는 '압둘라'의 아버지 '사부르'가 해주는 동화이야기가 나오고 2장(1952년 가을)에서는 '압둘라', 동생 '파리', 아버지가 샤드바그(가상의 지명)에서 카불로 이동해서 '파리'를 입양 보내는 이야기로 소설이 시작이 됩니다. 1장에서 나오는 동화는 악마에게 자식을 빼앗겨 아버지가 다시 되찾아 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찾아갔는데, 내 아이가 거기서 더 행복하고 윤택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다시 되돌아오게 되는 내용입니다. 다만 동화 속 아버지는 악마가 자비를 베풀어 빼앗긴 자식에 대한 기억을 잊게 되어 버리죠. 2장에서는 아버지가 왜 그런 동화를 들려줬는지 알게 되는 챕터입니다. '사부르'는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환경이기에 딸 '파리'를 돈을 받고 카불의 부잣집에 팔게 되죠. '사부르'도 악마가 자비를 베풀었으면 좋았겠지만, 동화 속 이야기는 현실에 해당이 되지 않아 웃음을 잃은 채 살다 죽게 됩니다.
3장(1949년 봄)은 '사부르'의 두 번째 부인인 '파르와나'의 유년시절 이야기입니다. 쌍둥이로 태어난 '파르와나'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미인인 언니 '마수마'와 항상 비교당하는 못생긴 사람이었죠. 어릴 적부터 또래인 '사부르'를 좋아했지만 '사부르'는 언니와 결혼하게 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마수마'가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갖게 되면서 결혼은 파투 나게 되고 '파르와나'는 오빠인 '나비'가 보내는 돈으로 언니를 보살피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사부르'는 첫 번째 부인을 잃고 새 부인을 찾는 중에 친구인 '나비'에게 동생 '파르와나'를 떠보게 되죠.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수마'는 본인에게서 동생이 자유로워지길 바라며 자살을 택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4장은 '나비'가 전쟁으로 어지러운 카불에 봉사하러 온 그리스인 의사인 '마르코스'에게 쓴 고해성사 내용의 편지입니다. 본인이 모시는 주인 '슐레이만 와다티', 시인인 안주인 '닐라', 그들이 입양한 사부르의 딸 '파리'와 살면서 '닐라'를 몰래 사모했던 내용, 그러다 통풍이 와서 쓰러진 '와다티'를 두고 '닐라'와 '파리'는 프랑스로 떠나고 본인만이 남아 '와다티'가 죽을 때까지 보필했던 내용, '와다티'는 당시 들키면 큰일 나는 동성애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가 노쇠해져 죽기 전에 마지막 소원을 이뤄준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편지의 목적은 이런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이 '나비' 본인밖에 없으니 자신의 조카인 '파리'를 찾아 이 사실을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입니다.
5장(2003년 봄)에선 '나비'의 집 근처에 살던 '이드리스'와 '티무르'가 예전에 살던 집을 찾기위해 미국에서 전쟁으로 황폐해진 카불에 들렀다 돌아가는 내용입니다. '이드리스는' 사촌인 언변과 사업수완이 좋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은 '티무르'를 진정성이 없고 생색내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혐오하지만 티를 못 내고 붙어 다닙니다. 하지만 나중엔 결국 진정성이 있더라도 생각만 많고 실행하지 못하는 본인이 여러 핑계를 대며 하지 못함에 합리화를 했던 사항을 '티무르'가 진정성이 없더라도 꾸준히 행동력을 보여 수행했다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는 이야기입니다.
6장(1974년 2월)은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는 '닐라'와 '파리'의 이야기 입니다. 다사다난했던 '닐라'의 유년시절 때문인지 그녀는 갈피를 못 잡고 계속 위태위태한 삶을 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고 그녀의 곁에서 엄마를 불행하게 했다는 죄책감과 무엇인가 잊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을 지녔던 '파리'도 방황을 합니다. 그러다 '마르코스'가 연락을 해와 드디어 본인의 과거를 알게 되어 공허함이 채워지게 됩니다.
7장(2009년 여름)은 '압둘라'의 이복형제 '이크발'('파르와나'가 낳은 아들)의 아들 '골람'과 아프가니스탄 전범인의 아들 '아델'의 이야기입니다. '이크발'은 가족들과 난민 수용소에서 살다가 샤드바그의 집을 되찾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집은 이미 전범인이 차지하고 있었고 승소할 수 있던 증거인 집문서 또한 뇌물을 받은 판사에 의해 없어지게 됩니다. '아델'은 본인의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했지만, '골람'의 의미심장한 말과 무서운 상황을 겪고 난 이후 더 이상 아빠를 사랑하지 않고 두려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엄마처럼 상황에 익숙해지고 불편했던 마음은 사라지게 되는 내용입니다.
8장(2010년 가을) 그리스인 의사 '마르코스'의 내용입니다. 집을 떠나기 전까지, 떠나고서도 어머니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그가 결국엔 어머니에게 인정을 받게 되지만 그 인정을 받고 나서 허탈함을 느끼는 내용입니다.
9장(2010년 겨울)에선 '압둘라'와 그의 동생 '파리'가 재회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빠는 치매를 앓고 있어 동생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죠. 하지만 잘 나가는 고모를 만난 '압둘라'의 딸 '파리'는 덕분에 가족도 생기고 다시 본인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되는 내용입니다.
감상평
"연을 쫓는 아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보단 살짝 루즈한 감이 있는 소설입니다. 앞선 두 권의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도 끊지 않고 당일에 다 읽어버렸는데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중반부인 6장은 살짝 쳐지는 감이 조금 있어서 자주 끊어 읽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래도 할레드 호세이니 작품은 믿고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스토리가 탄탄한 것은 물론이고 초반부도 재미있었지만, 소설의 클라이막스인 마지막 챕터인 9장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1장에서 자식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어떤 심정으로 그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아픔일테니 샤그뱌드의 이웃들이 섣부른 위로도 꺼내지 않고 마치 딸의 존재가 원래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주었겠죠. 딸이 더 좋은 환경에서 유복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본인의 가슴에 큰 못을 박고 살아가는 아버지의 선택, 내가 겪는 아픔쯤이야 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감수할 수 있다는 마음이 정말 위대하다고 느꼈습니다.
5장과 7장에서는 환경에 순응하는 인간의 심리를 너무 잘 표현해서 마치 제 속마음을 들킨 기분이라 창피했습니다. 우리는 남은 위선적이라 쉽게 비판하지만 자기자신의 위선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모른채하죠. 그런 현실을 마주했을 때의 괴로움은 인간의 딜레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내 라이벌이 그럴 경우 정말 회의감이 들죠. 그럴 때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한층 더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은 특히 인간의 밑 낯, 미묘한 심리를 잘 표현하기 때문에 자신의 숨어있던 감정을 마주할 수 있어 느끼는 바가 큰 소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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